
움직이지 못하는 그리움
; 詩 / 高 煥坤
사랑이 떠난 후 심장이 멈춘 후 그리움은 바람을 타고 내리는 비를 타고 그렇게 마음 틈을 비집고 들어와 숨 쉴 수 없을 만큼 마음창고를 점령해 버리고 말았습니다
사랑이 떠난 길을 흔적이 다 지워지기 전에 뒤따라 가면 될 것을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사랑이 가버린 길을 잃어 버려 이젠 제자리 걸음만 할 뿐입니다
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못난 그리움 하나만 움켜쥐고 바보처럼 혼자 남은 세상에 바람이 가끔 전해주는 안부와 빗소리에 문득 적셔주는 인사에 남몰래 눈물 훔치고 지나가는 하루입니다
언덕을 넘어 무지개 펼쳐진 그곳으로 가면 당신이 보일까 봐 마음에 놓인 다리를 건너고 가슴에 펼쳐진 바다를 건너도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당신인가 봅니다
비바람 사이에 켜진 촛불처럼 꺼질 듯 위태로운 그리움을 마음이 붙잡고 살아도 마지막 심장소리까지 차마 내려 놓지 못하는 그리움으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렇게 힘껏 쥐고 살아야 하나 봅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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